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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하게 작성해 준 증여계약서 이행하여야 할까

비욘드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박지훈


최근 법률 상담을 하다 보면, 성급하게 작성해 준 증여계약서를 이행해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필자가 실제로 수행한 사건 중 자신이 받을 상속재산 전부를 증여하겠다고 약정하고, 사서인증까지 해 준 사안에서 증여계약서의 무효를 인정받은 사안이 있어 증여계약으로 인해 고통받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이 칼럼을 작성한다.


증여계약은 기본적으로 편무계약이다. 증여자 일방만이 의무를 부담하고, 수증자는 별다른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거기에 무상계약이기도 하다. 증여자는 증여의 목적물을 이행해 주는데 반해, 수증자는 그에 대한 대가를 제공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성급하게 증여를 결정한 후 이를 되돌릴 수 없는지 고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증여계약을 무효로 할 순 없는지, 무효가 되지 않는 다면 반드시 이행하여야 하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먼저 증여계약을 체결했지만, 그 증여의 대상이 성질상 증여가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 대법원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을 한 당사자의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이혼이 성립한 때에 그 법적효과로서 비로소 발생하며, 또한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그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그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위 법리를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미리 양도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안이 있다. 쉽게 말해, 아직 이혼으로 인해 재산분할을 협의하거나, 재산분할에 관한 심판을 받지 않았음에도 그 재산분할을 할 권리를 양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그 재산분할청구권을 증여하는 것도 성질상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은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에 대해서도 협의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이 되기 전에는 구체적인 권리가 아니라고 판단하는데, 서울고등법원은 위 법리를 전제로 협의나 심판이 있은 후에만 양육비 청구권을 양도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협의나 심판이 없다면 양육비 청구권을 타인에게 증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처럼 성질상 아직 특정되지 않은 재산은 증여할 수 없다.


다음으로 증여계약이 무효가 되는 사례를 보면, 증여자가 치매에 걸려 중증의 인지장애 상태에 있거나, 뇌손상 이후 지적능력이 저하되는 상태에서 사망 전에 부동산 전부를 증여하는 등 정상적인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에 무효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증여계약서가 전문자격사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 강행법규를 잠탈하거나 위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도 무효가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변리사 아닌 자는 특허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할 수 없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해 변리사 자격이 있는 사위에게 특허법인의 지분을 증여하는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특허법인의 운영과 수익 분배를 변리사 자격이 없는 자녀들에게 허용해 주는 것을 약정한 경우가 있다. 쉽게 말해 강행규정의 제한을 피하기 위해 증여계약을 이용하는 경우이다.


또한 증여가 민법 103조에 위반하여 반사회질서 위반의 법률행위가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취득시효가 완성된 부동산의 등기이전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아들에게 그 부동산을 증여한다거나, 명의신탁된 재산의 반환을 회피할 목적으로 종교단체에 증여한다거나 하는 경우에 무효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


그럼 증여계약이 무효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떠할까? 민법은 증여계약이 편무계약이고 무상계약으로서 성급하게 이루어지는 것임을 고려하여 이행하기 이전에 일방적인 해제가 가능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증여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이행 전이면 일방이 해제할 수 있고, 증여계약 이후에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해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도 이행 전에 해제할 수 있다. 그리고 증여 해제 관련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검토해 보는 망은행위에 의한 해제이다. 망은행위는 수증자가 증여자나 그 배우자 또는 직계혈족에게 범죄행위를 하였거나, 부양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성립한다. 다만 망은행위에 의한 증여는 망은행위가 있음을 안날부터 6개월이내에 해제하여야 하고, 용서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해제할 수 없다.


이처럼 증여계약은 면밀히 검토해 보면 그 계약이 무효이거나, 이행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후회만 하다가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부디 이 칼럼이 성급한 증여로 고통받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기사링크 : https://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134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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